밥🍚선생님은 해피
4월부터 어린이집에서의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바로바로 그 이름도 강력한 ‘바람반 밥 선생님’!
사실 대단한 걸 해주는 건 아니고 식사지도를 하러 간다. 바람반은 만 1세, 한국나이 3살반으로 모두 3명의 아이들이 있다. 영아반의 경우 법적인 교사 대 아동 비율도 낮고 챙겨주어야 할 면이 많아서 대개 두세 명이 공동 담임을 맡게 되지만, 올해는 총원이 적어서 담임이 한 명이다. (TMI: 전국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3살 인구가 가장 적다) 혼자인 담임 선생님이 점심시간 내에 식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외부 인력이 필요했고 그렇게 매일 간 지 어느덧 2달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최근 교사로서 꽂혀있는 주제가 있다. ‘시간’의 개념인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어린이들에게 시간은 어떻게 의식되고 흘러가고 있을지, 시간 안에서 어린이들의 주체성은 어느 정도일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중이다. 워낙 정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원래 그랬던 것-일과 순서나 이 시간에는 이렇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해왔던 수많은 일상-을 되돌아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매일 같은 시간의 바람반에 있다보니, 식사시간에도 의문이 생긴다.
식사를 도와주러 가면 담임 선생님은 식사 세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앉기를 설득하고 있다. 왜 늘 이렇게 모셔와야하는 것인지,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음에도 하던 걸 멈추는 게 그렇게 힘든걸까? 아니면 식사 시간이 더 즐거워야 스스로 다가오게 될까? 어떻게 하면 그냥 먹는 시간 이상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으니, 일단 물어보자.
“해인아 우리 오늘 어디서 밥 먹을까? 밥 먹으러 같이 가볼까?”
이에 해인이는 바로 “응! 여기”라며 동물 쿠션 위를 가리켰고, 사랑이는 냉큼 블록 영역에 가서 앉는다. 뜬금없는 질문이긴했지만 대답의 내용도 그렇고 바로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쿠션이랑 블록에 어떻게 식판을 올리니 아가들아...'
참신한 생각을 들어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적당한 선은 필요한 법! 쿠션은 식판을 올리기에는 바닥이 푹신해서 움직이게 되고 작기도 하다고 위로하며 대신 쿠션을 내가 앉고 싶은 곳에 놓고 그 위에 앉아도 됨을 안내하였다. 이 대안을 아이들이 반가워하여, 그 날 이후 우리는 교실 영역 안에서 매일 새롭게 앉고 싶은 장소를 고르고 책상과 쿠션을 놓아 식사자리를 만들고 있다.
며칠 전, 바람반 교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사랑이가 교실 안에서 밖이 보이는 투명한 벽에서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그리곤 문으로 가서 “똑똑” 말하며 두드린다. 안에서 왜 두드리지? 의아해하면서 문을 여니까 “꺄~”하며 도망가더니 블록 영역을 가리킨다. 오늘은 여기에 책상을 놓자는 뜻이었다. 이를 본 담임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까부터 선생님 기다리더라고요. 똑똑~ 하면서. 좋은가봐요”
너무 귀여워서 밥을 먹을 때 “선생님은 해인이 사랑이 초롱이~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는 밥시간이 너무 좋아. 행복해”라고 고백하며 “너희들도 행복해?”라고 물으니 1초만에 “응!” 트리오 사운드로 답이 돌아온다.
잘 모르는 단어일텐데 답이 너무 빨라서 웃음이 났다. 마음 속으로 '그래도 뜻은 전해졌나보다. 신기해~'하고 있는데, 식사가 끝난 뒤 사랑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하늘색 색지를 한 장 가져와 나에게 건넨다. “선물이야? 선생님 가질까?”라는 말에 “선무우…”이라고 따라 말하는 사랑이. 옆에 있던 초롱이도 갑자기 밥을 다 먹고 파랑색 색지를 가져와 구겨서 주머니 속에 넣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