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도 좋지 않았던 지난 월요일. 비도 오고 날도 흐리긴 했으나 주말에 마음 속상한 일이 있었다. 하루만에 풀어지기는 어려운 일이었는지 잠도 못 이루고 기운이 나지 않아 힘들게 출근했다.
출근하고 만난 선생님들한테 인사를 대충대충하고. 9시에 아이들과 만나서도 오전 간식을 먹는둥 마는둥. 원장님 목소리는 귀에서 통과시키며 필터링을 장착한다.
일과 중간중간 ‘힘을 내야지, 밝아야지!’하는 책임세포가 뇌에서 발동을 하면 ‘멍하니 있고 싶은 건데 뭐가 나빠, 힘 안내도 돼!’하며 지키미세포가 팽팽하게 나를 붙들어주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어 바람반 밥선생님이 되어야 하자, 이제는 배려세포도 외친다. ‘그만해~ 무덤덤한 거보다 친절한 게 좋지. 애들 본다~’
사실 종종 힘이 없을 때 이 상황까지 온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지금 생각의 흐름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일까. 오늘은 안되겠다. 힘내면 지는 것 같고, 감정적으로 해야되서 하는 건 다 안하고 싶다.
‘나 그냥 갈 거야. 자연스럽게.’ 마음을 굳이 다짐하고 바람반으로 향했다.
바람반 점심 시간은 여전히 매일 특별하다. 주도적이고 즐거운 변화를 위해 시작한 식자자리 정하기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아이들도 날 편하게 대해준다. 지난 주 공용공간인 실내 유희실의 미끄럼틀 앞 공간에서 먹기로 미리 정해놨기에 오늘 친절하게도 담임 선생님이 미리 그 곳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세팅을 하고 계셨다.
“선생님 왔어엉. 오늘 미끄럼틀 앞에 와 있었네?”
다짐을 한 터라 힘은 안내고 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오늘은 어떤 소리가 들릴까?”
“비 와.”
“마니 와. 못 나가.”
“아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아침에 밖에 못 나갔었어?”
“응! 리아 달리기!”
“그래서 리아선생님이랑 달리기하고 놀았어요?”
“응!”
“재밌었겠다. 우리 여기서 밥 처음 먹으니까 둘러도 보고 하면서 천천히 먹어보자.”
배경이 조금 달라지긴 했으나 3명의 귀여운 바람반 아이들과 나. 함께하는 사람이 같으니 우리의 식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편안했다. 또한 개방된 곳에서 먹으니까 식사하러 식당에 가는 다른 반 형님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바람반 아이들 목소리가 좀 더 커지기도 하고, 유리창이 교실 창보다 커서 빗소리와 비가 내리는 모습을 우두커니 볼 수도 있어 시선이 미치는 범주가 늘어가게 되어 좋았다.
비 멍을 하고 있는데 무릎에 뭔가 올려지는 느낌이 난다. ‘포크?’ 아빠다리를 하고 앉은 오른편 다리에 포크를 놓고 살짝 사라지는 해인이의 손. 눈을 마주치자 웃으며 말한다.
“김치 줘.”
...하지마세포가 졌다. '지금 뭐라고 했지, 김치 달라고?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하하하하. 해인이 열심히 먹고 있었구나? 김치 찍어 줘요?”
“응. (찍는 시늉을 하며) 안돼. 아~(입 벌림)”
"김치 다 먹었어. 나 이거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