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정산💸
함께 근무했던, 좋아하는 동료에게 연락이 왔다. 연필2어린이집이 속한 재단 정규 채용에 지원했다고. 동료는 지금 7년 차 어린이집 교사인데 이번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연차가 너무 높아 지원할 곳이 거의 없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동료가 가진 교사로서의 장점과 나도 이직할 때 11년 차였다는 것, 크게 이 두가지였다. 서로가 1년 차와 6년 차로 함께 했다가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니 우리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어렵게 쌓아 올린 연차로 인해 재취직은 어려운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는 결국 지원한 곳에 연차로 인해 채용이 안됐다. 그럼에도 면접장에 있던 다른 어린이집 원장님이 고연차임은 알지만 이력이 좋다며 스카웃하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이야기를 우리 원장님한테 했더니 “7년차라고 했지? 그럼 너무 높지, 뽑히기 힘들어. 잘된 거야. 거기 꼭 가라고 해”라며 나를 본다.
....이상하다. 왜 빤히 보는 거 같지? 될놈될이라 내 동료 채용된 거 자랑한 건데, 갑자기 내 연차(14년)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며 눈치가 보인다. 14라는 숫자에는 교사로서의 마지막을 대비해야 하는 무게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재단에서 김경일 교수님*을 초대해서 보육교사를 위한 강연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강연자는 오늘의 청자를 위해 상대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보육교사라는 집단'에 대한 공부를 하셨단다. 그분은 보육교사는 미래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인데다가 현재의 보육교사들은 정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를 대단하다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들어보니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1등의 역사가 깊다. 약 20년 전부터 발생된 문제의 환경에서 자란 귀한 아이들이 최근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가 왔고, 우리 직업은 인기가 없다. 그렇기에 현재 지금 이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세대교체 없이 정년을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웃픈 말을 했었다.
당시에는 말 그대로 정말 웃펐다. 이게 내가 직업을 지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니? 종사자들이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보육업에 대한 지원이나 정비가 이뤄지는 것도 아닌, 버티는 사람이 존재하는 직종이라는 것인가? 김경일 교수님이 공부한대로 어린이집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어린 선생님들이 정말 많긴 하다. 그런데 보육현장은 역설적이다. 떠나가는 어린 선생님들을 책임감이 없다고 탓하면서도 일정 경력이 지난 높은 경력자를 외면한다. 7년 차 정도면 30대 초반의 나이, 이제야 전문성을 발휘하는 때인데 벌써부터 고경력이라고 부담스러한다. 그 교수님은 어린 선생님들이 이 직업을 외면하는 면만 알았지, 어린이집이라는 곳에서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을 거부하는 건 몰랐나보다. 이 자리는 정년은 커녕 10년도 지키기 힘든데 말이다. 일에 여러가지 힘든 요인들이 있지만 매년 오르는 작은 호봉이, 내부에서조차 우리의 연차가 쌓이지 못하게 한다.
앞으로 보육교사들 사이에서도 “난 20년차엔 제주도 어린이집에 근무하려고~ 우리 아이가 1년 살기가 꿈이래!”, 혹은 “이 곳이 너무 좋아서 정년까지 있으려고요”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에 나에게 주어질 15년차라는 숫자도 아직 성장할 수준도 갖추어야 할 대상과 목표도 남아있는, 나아가는 숫자니까.
그렇게 계산해서 14년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김경일 교수: 대한민국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대표적인 저서로 '십대를 위한 공부사전 (2018, 다림)', '마음의 지혜 (2023, 포레스트북스)' 등이 있다.
by. 동글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