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 시절인 1990년도에는 매년 학교에서 과학 상상화를 그렸다. 포스터, 자유화 그리는 형식은 나름 여러가지였으나 주제는 결국 과학. 상상이라는 말은 왜 붙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우주나 기술에 대한 그림이 제출되고 당선되었던 기억이 난다. 상상의 종류는 이름 답게 무한한데 과학적인 것만 그려야 하니, 과학 시험이랑 다를 게 없다. 난 그림을 좋아했고 상상력도 있는 편이었지만 그 상은 받아본 적이 없다.
그 때 친구들이 그렸던 단골 작품 중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화성에 사는 사람, 먹으면 다 낫는 약 등 지금 돌아보면 발전적인 결과를 거둔 것들이 많다. 한계는 있을지라도 도전해야 하는 거니까 그러한 고민 중요하지. 게다가 우리나라는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없고 인기 없는 직업이 된 지도 오래됐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과학에 상상이 그렇게 필수적인 존재라면 상상 자체도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린이에게 어떠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닌, 어린이들의 생각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어가려는 건지 의심이 되는 대회다. 과학 상상화 때문에 과학자는 내게 더 먼 존재로 인식되었으니, 교육관계자는 상상이라는 단어한테도 사과해야 할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은 어쩔 수 없지만 교사로서도 상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어린이들에게 너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할 줄 아는 사람이 상상의 힘을 알고 격려해줄 수 있다. 6~7살 어린이들과 우주 행성에 대한 놀이를 2달 정도 이어가 본 적이 있다. 나도 내가 어떤 상상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정답은 모르지만, 지금 명백히 드러나는 것 외에 어떤 기본이 될 것들을 응원하고 싶다.
어린이들을 좀 더 들여다봐준 사람들이, 또 대회를 열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