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몇 살이 제일 좋으세요?"
어린이집 선생님들 간에 자주 하는 질문이다. 대개 새학기를 앞두고 담임을 배정받기 전이나 서로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안부 인사처럼 주고 받는다.
이 물음에 내가 늘 하는 대답은, "(인자한듯 형식적인 좋은 웃음을 띄며)전 정말 다 똑같아요."
"아~ 경력 선생님들은 많이들 그렇게 대답하시더라고요~ 전 아가들이 좋긴 한데 지금은 유아반이 좋아요! 애들이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대화 나누는 것도 좋고요! 진짜 할 수 있는 게 완전 다른 거 같아요!" 이 말을 한 선생님은 3년동안 영아반을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3세반*을 하고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연령마다 분명한 특장점들이 있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움과 별개로 기피하게 되는 연령이나 인기가 있는 연령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여기에는 연령별 특징 외에도, 한 교실에 교사가 한 명인 원담임과 같은 현재의 운영상황이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말대로 전반적으로 아무래도 유아반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나도 유아반을 더 좋아할 때가 있긴 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3세를 연속으로 2년 맡았고, 초임으로서의 경험과 추억은 그 이후의 경험들에 비해 남다르게 다가왔기에 꽤 오랜 시간동안 3세가 가장 좋았다. 의도한 것은 없었지만 통합적인 횟수로도 가장 여러번 한 연령이기도 하다.
앞서 내가 다 똑같이 좋다고 답한 건, 모든 연령을 여러번씩 해보았기 때문에 장단점을 다 알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나 어느 정도는 무뎌져서인 것 아닐까 싶다. 같은 연령이라도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고, 연임을 해서 데리고 올라간다해도 아이들이 성장하기에 다르고 늘 같은 것은 없음에도 익숙함과 함께 감정적인 무딤이 생겨버린 걸까.
다른 거 하는 게 많으니까, 이건 좀 무뎌져도 된다고 외치려는 찰나, 그러지 말라고 새로운 미션이 등장한다.
리얼 타임 5월 7일 자로 0세 담임이 된 것. 그 이름도 파릇파릇한 새싹반!
사실 그 동안의 원들에는 0세반이 없었기에 0세 담임을 한 적이 없다. 처음 하는 연령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막 돌을 지나서 입소한 우리 새싹반을 막 나은 알을 보살피는 엄마 닭처럼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올라오지만 기대도 된다.
일단 너무 귀여우니까. 난 괜찮아. 울 아가들도 괜찮을 수 있게 꼬꼬꼬... 잘 품어볼테다.
*3세는 만 3세로, 이제 앞에 '만'을 붙이지 않음. 법 개정 전 이후로 봤을 때 우리나라 나이로 5살 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