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17개월이 된 서하는 요즘 집에 가기 전 머리 좌우에 살포시 핀을 꽂아 달라고 한다. (한 쪽만 꽂아주면 손가락으로 다른 쪽을 가리킨다.) 18개월 이준이는 식사 시간에 국 근처에 있는 음식은 다 국에 말아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준이와 태어난 월도 같은 친구 다정이는 요즘 밖에 나가도 많이 뛰지 않는다. 눕는 게 좋아져서인지 요즘은 누운 채로 그림도 그리고 잠자는 놀이를 할 때 제일 많이 웃는다.
▶차례로 이준이, 서하, 다정이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이 모여 아가들에게 일상이 되고, 해야 되는 일에도 취향의 색이 담기고 있다. 아가들이 무얼 하는지 보고 있으면 그 다음이 예상되는데, 따라야 하는 정해진 일과가 없는 시간 안에서도 의외로 많은 것들이 아이에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이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일까? 태어난 지 460개월 정도가 지난 나의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날을 금세 찾을 수 있다.
매일의 시간 속에 좋은 것도 힘들었던 것도 뭉치고 끼워져 하나의 리듬이 만들어졌다. 이런 흐름이 나름 괜찮기도 한데, 결국은 내가 선택한 것들의 영향도 담겨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 지금 해 볼 건, 내 리듬을 좀 더 분석해서 나의 일상의 조각들을 찾아보는 것. 아가들을 관찰하고 분석할 때처럼 말이다. 그런 다음 조각들을 다른 선택의 여지를 넣어 배열해보고 틈을 벌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 오늘들! 긴장해~
By. 동글연필
make it count.
얼마 전에 이역만리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생일이 10월이라 항상 가을에 축하를 받곤 했는데, 이번엔 더위가 그득한 한 여름의 나라에서 맞이한 거라 조금 이색적인 생일날이었다. 학창 시절 때 '생일'하면 항상 24시간이 즐거워야 하고 늘 모든 게 완벽해야 했던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저 그런 나날이 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단순한 하루, 오늘이자 어제가 될 일상이 된 것 같아 뭔가 나이가 든 것 같기도..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한 기분이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특별하다고 여겼던 생일도 묻혀가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얼마 전에 친구가 요즘 점점 시력이 떨어진다며, 지금 보이는 순간들을 특별하게 기억해 둬야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말이 생각났다. 모든 순간을 특별하고 금쪽같이 여기자는 친구의 말. 생일은 일상이 되었지만 일상은 생일같이 마주하자는 말처럼 들렸다. 타이타닉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make it count" 순간을 소중히.
한국에 돌아오니 여름은 가고 가을이 도래해 있었다. 영락없이 다시 가을에 마주하는 생일 주간이다. 일상을 생일처럼 사는 게 요즘 나에겐 조금 벅찬 일이지만 문득 드는 건 가을이나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다. 가을을 소중히 여기도록 할 것.. 순간을 소중히 여기도록 할 것..
By. 크레파스
나의 색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넌 나를 색으로 표현하면 무슨 색 같아?”라고 물었고 그 친구는 망설임 없이 “주황색!”이라고 답했다. 안타깝게도 왜 주황색이었는지 그 이유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생각했던 색깔은 아니라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된 후, 어떤 친구는 내게 ‘베이지색’ 같다고 얘기했었다. 비교적 가까운 시절의 일이라서 이유가 기억난다. 옷으로 따지자면 베이지색은 대부분의 다른 색상과 매칭이 쉬운 편인데, 나 역시도 조용하게 어느 상황이나 분위기에 편안하게 잘 어울려진다는 요지였다. 10대 때 들었던 주황색보다는 조금 더 채도가 낮은 색상을 듣게 된 셈.
그 이후 또 여러 번의 사계절이 지났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의 색 역시 변화무쌍한 것처럼, 2024년의 나는 어떠한 색을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By. 연필심
시간을 엮어보아요
요즘 뜨개가 소소하게 유행이다. 어쩌다 보니 유행을 좇는(?) 사람이 되었지만, 뜨개인이 많아지니 참고 자료도 풍성해지고 따라 볼 수 있는 동영상도 많아져 윤택한 뜨개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으로 잠깐 배웠던 대바늘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취미를 담당할 줄은 몰랐다.
알고 보면 뜨개질은 그렇게 평화롭고 정적인 활동이 아니다.
인내심과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틀린 것을 바로 인정해야 가장 빨리 돌아갈 수 있다. 실값 천만 원어치를 들여 만든 내 옷보다 스파 브랜드에 풀린 만 원대의 옷이 더 정교하고 질이 좋을 때의 허무함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뜨개질을 하면 할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척추 수술을 위한 2천만 원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왜 뜨개를 하는 걸까? 시간을 낚는 강태공처럼 뜨개는 시간을 엮는 일이기도 하다. 본편에서 왜 뜨개를 시작하게 됐는지 풀어보도록 하겠다.
By. 기차 연필깎이
진실반지
어릴 적 문방구에서 샀던 진실의 반지처럼 나의 지금을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0대 완전한 어른으로서의 삶이 슬슬 버겁게 느껴지는 지금, 나의 계절은 어떤 색을 띠고 있을지, 그리고 다음 계절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글.
By. 마카
🔔필통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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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 에피소드 하나
어렸을 때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왜 혼자서만 공부하냐며...
남동생도 붙잡고 같이 공부를 하라고, 동생 공부를 가르쳐주라고 잔소리를 하셨었죠...
공부하는 것도 남동생을 챙겨가며 공부해야하는 그 시절...끌끌...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동생이 공부를 훠얼씬 잘했는데, 동생더러 누나 공부도 가르쳐주라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오히려 동생 과외비용으로 인해 저는 더 쪼들리는 삶을...
기차 연필깎이🚂 정갈하고 뾰족하게 고장 없이 연필을 깎아주던 기차 연필깎이처럼 오래 쓸래요. 동글연필💫 아이들 사이를 동그르~ 굴러다니며, 함께하는 일상을 끼적여요. 마카🗒 슥슥- 연필의 유일한 그림쟁이입니다. 작은 네모칸에 제 생각을 담아 보여드릴게요. 연필심✏ 단단함과 무름을 모두 가진 연필심처럼 유연하게 보고 듣고 생각하고,그렇게 살고 싶어요. 크레파스🖍 세상을 크레파스로 다채롭게 그려요